第2話 여행 2

나는 언제나 이유를 찾고 있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에 관한.

성실하지 못했다.

정직하지 못했다.

사교적이지도 못했으며 집중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어릴 때는 밝고 똘똘한 아이였다고 들었다.

호기심이 가득하고 의지 넘치는.

그래서 왜 지금은 이 모양인지 늘 고민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때의 괴롭힘을 떠올렸다.

그걸 계기로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된 게 아닐까.

그때 그놈들 때문에 내가 지금 괴롭고 힘든 게 아닐까.

하지만 내가 칭하는 "괴롭힘"은 그저 초등학생의 짓궂은 장난이었다.

놀려지고 비웃어지고 무시당했을지언정, 맞거나 협박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당한 것보다 심한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무수히 있었고 그걸 나의 문제의 원인으로 삼기에는 내가 너무 나약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두 번째로는 잦은 전학이었다.

초등학교만 네 곳. 중학교는 두 곳.

지속적으로 이사나 전학을 갔고 그래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어보지 못하게 된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 마지막으로 옮긴 중학교는 초중고 통합이었고, 거기의 고등학교로 그대로 진학해 대략 5~6년을 다녔다.

그사이에도 나는 겉도는 존재였으며 만든 인간관계는 손에 꼽았다.

문제는 환경에 있는 게 아니라 나한테 있는듯했다.


내가 세 번째로 탓한 것은 가정이었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며 필요한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삐뚤어진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은 하면서도 패륜을 저지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누가 탓할 게 없어 먹여주고 재워준 부모를 자기 문제의 원인으로 삼겠는가.

실제로 부모님께 애정을 쏟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일하느라 바쁘셨을 뿐 내가 손을 내밀었으면 기꺼이 맞잡아 주시고 필요한 관심도 채워주셨을 것이다.

다만 나는 가족에게도 손을 내밀지도 못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네 번째는 이혼이었다.

부모 이혼 같은 걸 해서 나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었고 그게 상처가 돼서 내가 지금 이렇다.

갈수록 웃기지도 않았다.

이혼은 고등학교 무렵에 나에게 얘기와 허락까지 받아 가며 이루어졌고 나는 거기에 동의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당시엔 별생각이 없었다.

그 이혼은 나에게 있어 '그렇구나' 정도의 인상밖에 없었으며 이혼 후의 생활에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걸핏하면 부모의 호의를 이용해 책임을 전가하려는 내가 이혼을 문제 삼는 것은 얼토당토않다.

이렇게 스스로 문제가 있는 건 알았지만, 원인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발견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걸 멈추고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욕실의 천장이 보였다.

슬슬 한계였기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바로 앉았고 그제야 나는 참았던 숨을 쉴 수 있었다.

상반신이 곧바로 서늘해져서 얼굴만 수면에 뜨게 누웠다.

살이 빨갛게 익을 정도의 물이 다 식어버릴 만큼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목욕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따뜻함에 감싸여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불어서 쭈글쭈글해진 손가락을 보며 앞으로 몇 년 더 살아야 이렇게 될까에 대한 의문도 잠시, 결단과 함께 욕조의 마개를 뽑았다.

마지막 여행 이틀 차,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짧은 검색 후에 어제와 같은 추리닝을 다시 입은 채 호텔을 나왔다.

밖을 나서자마자 패딩도 입었어야 했다고 후회했지만, 다시 올라가기도 귀찮은 노릇이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사거리의 안쪽에 겉보기엔 평범한 건물이 나왔다.

그곳의 2층에는 간단하게 타이 마사지라고만 적힌 간판이 걸려있는 가게가 있었다.

소문으로 들어봤었던 마사지 가게에 직접 발을 들여놓기까지는 30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정받은 옷으로 갈아입고 입구가 커튼으로 가려진 방으로 안내받아 기다리기도 잠시, 마사지사가 들어왔다.

분명 돈을 내고 온 손님인데 낯을 가려 차마 얼굴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못했다.

목 아래로 본건 마사지를 할 수 있을까 싶은 마른 체형이었다는 것

그리고 나와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젊은 사람인듯했다는 뿐이었다.


디지털시계의 빨간 빛만이 비추는 좁은 방에서 나는 마사지사의 손길을 차분하게 느꼈다.

닿을 땐 기대를, 떨어질 때는 아쉬움을.

사람의 손길이라는 것이 이렇게 따뜻하고 온기 넘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면서 눈을 감고 있었다.

손이 종아리를 타고 허벅지까지 올라왔을 때는 방구석의 망상이 이 좁은 방까지 따라와 머리를 채웠다.

여기서 과감하게 말을 걸어볼 고민도 해보고 호텔을 나오기 전에 검색했던 내용처럼 돈을 제시할까도 생각했다.

손이 피부에 닿을 때는 제시할 금액을 고민하다가도 손이 떨어지면 그런 생각도 같이 떨어졌다.

그렇게 잠시간 평범한 마사지가 계속되면서 생각도 더 편리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어려 보이던 그녀도 일탈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자세를 고치려 움직이다 슬쩍 손이 닿는 정도라면 눈치채지 못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눈치를 채고 거기서 시작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뒤척였지만 정작 손은 계속 바닥에 붙은 채였다.


문득 몸을 뒤척인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방금 한 행동은 그야말로 범죄.

차라리 금액을 제시했으면 욕을 얻어먹고 진상 취급 받으며 쫓겨났을지언정 방금 행동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한편 만약 내가 방금 손을 내밀 정도의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결단코 이런 곳에서 이런 더러운 생각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하다못해 업소에 갔겠다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마사지 가게에 온 것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창피했다.

그렇게 나는 손끝만을 까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 신세에 대한 동정, 문제를 자각함에도 변하려 하지 않는 나태함, 그리고 자기혐오 중인 이 순간에도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번뇌와 그 증거에 대한 역겨움

그 모든 것이 한숨에 묻어 나왔다.

결국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마사지사와의 교점은 내가 낸 몇 번의 코골이가 다였다.

나는 가벼워진 듯한 몸과 차갑고 무거운 겨울의 공기를 피부로 느끼며 호텔로 돌아왔다.


아직 이런 나와 함께 보낼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암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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