雑談
@Velkmalz
第1話 여행 1
22년 겨울.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해외는 너무 비쌌고 잘 몰라서 그나마 기분을 낼 수 있는 제주도를 선택했다.
공항까지 탔던 고속버스보다도 좁은 듯한 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커플과 가족으로 가득했다.
떠들썩한 비행기 안 따뜻한 연말의 분위기가 전해졌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손을 맞잡고 얘기하는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둘의 얼굴에는 설렘과 행복함만이 감돌았다.
어찌 아니겠는가? 커플룩을 갖춰 입고 떠나는 여행인데.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물렀는지 남자 쪽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황급히 눈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커플 쪽에서 다시 한번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외면했다.
서리가 껴 뿌예진 창밖으로 눈 덮인 활주로가 보였다.
기후로 차마 이륙하지 못하는 비행기에 고립된 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있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바닥에 쌓여서 내리는 눈과 비행기 엔진에 떨어져 녹아버리는 눈.
봄이면 사라지겠지만 하나는 아름답고 하나는 덧없다.
나는 어느 쪽일지 고민해봤지만 아마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기장의 곧 이륙한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비행기 안이 조용해졌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며 흔들리는 기체, 아직 이륙하지 못한 후회들과 여전히 내리는 눈과 함께 나는 떠났다.
도착한 제주도에는 눈이 없었다.
열대야에서나 볼법한 나무가 공항 입구에 줄지어 있었고 하늘은 화창했다.
화창함과는 별개로 기온은 여전히 쌀쌀했기에 나는 추리닝 위에 걸쳤던 단 패딩의 앞섬을 여몄다.
호텔은 공항 근처로 잡았기에 가는 길은 입구를 조금 헤 것 빼고는 어렵지 않았다.
체크인과 함께 조식을 결제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다소 무리를 해 큰 방으로 예약했기에 내부는 퍽 만족스러웠다.
두 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의 욕조를 보고 서글퍼질 뻔했으나 욕조가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가의 커튼을 야심 차게 걷었다.
눈에 들어온 광경은 도심 한복판의 거리와 지나다니는 차들뿐이었기에 살짝 김이 샜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위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차만이 굴러다녔다.
저들은 이 시간에 어딜 가길래 차들이 저리도 도로를 채운 걸까.
문득 자신의 여유로움에 숨이 막혀와 커튼을 다시 쳐버리고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이제 뭐 하지..'
내가 계획했던 건 호텔까지였기에 이제 뭘 할지 생각해야 했다.
그건 잠시 눈을 붙이고 생각해도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깜빡이는 시계를 보며 멍하니 있자니 배가 고파왔다.
일단 무작정 주변을 걸어보기로 하고 옷을 챙겨입어 호텔을 나섰다.
여행하면 제주도라 들었고 제주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텔을 잡았으니, 주변이 번화가일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상한 마사지 점들, 망했거나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 유흥주점들, 그리고 드물게 보이는 식당들이 다였다.
그렇게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한산한 연말의 길거리를 즐기다 처음 보인 중식집에 들어가 짜장면, 탕수육 소자, 그리고 이과두주 한 병을 시켜 배에 채워 넣었다.
결제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밤공기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강한 도수가 몸을 적당히 달아오르게 해 적당히 기분이 좋아졌다.
좀 걸을까 하다가 벤치가 눈에 들어와 잠시 앉아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착할 때는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지금은 달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잿빛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 눈이 온다고 하던가.'
달이 보고 싶은 밤이었다.
그날은 그렇게 호텔로 돌아와 지 않고 잠들었다.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그립고 따뜻한 꿈.
그 꿈에서는 호텔 창밖이 바다였고, 저녁으로는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와인을 마셨으며, 누군가와 손을 잡고 연말을 맞아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으로 치장한 길거리를 걷다가, 방으로 돌아와 사랑을 전하고 또 받았다.
그런 기분이 드는 꿈에서 깨어나 보니 커튼 틈새로 햇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조식 시간은 한참 전에 이미 지나있었다.
오늘은 꼭 알람을 맞추고 잠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3만 원짜리 꿈의 여운에 빠져 막연하게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틀.
그것이 제주도에서 남은 시간이었으며 마지막 여행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여행답게 나에게 남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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