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6話 이야기의 시작, 그 설명에 대해 - 06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이 꽤 흘렀다. 낙엽이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새하얀 옷을 입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바람에 따라 우거진 녹음 코트에 꽃단장하고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중간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내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늘어나거나, 별 효율성이 없는 건 폐기가 되는 일도 있었고, 혁이와 실전 같은 모의전을 하게 된 일도 있었다. 그리고 항상 혁이 녀석에게 보기 좋게 지기만 했다. 그밖에도, 에이미와 연과도 친해지게 되어서, 혁이와 녀석들의 보이지 않는 삼각관계에 관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장모님과 말다툼을 할 뻔했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짜증 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이 얘기를 하자면 길다. 특히 내 감정을, 생각을 숨김없이 다 꺼낸다면, 이야기의 끝을 볼 수 없지 않을까 싶다. 가장 주된 이유는 공무원인 박승혁 씨, 내가 ‘아저씨’라 부르는 인물이 한 짓 때문이다. 덕분에 태연누나와 싸울 뻔했다.
어이가 없다. 아저씨 본인은 차갑고 엄격한 성격이면서, 정작 자기가 저지른 일은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다 흐지부지 무마시켰다. 주체할 수 없는 화에 이끌려 나중에 찾아가서 물어보니, 대답하는 태도에서 ‘아, 이 사람, 비밀로 하자고 했던 일들을 다 자기 좋을 대로 이용했구나.’라는 걸 알아챘다. 솔직히 그런 아저씨가 말할 것도 없이 밉다. 뭐가 우리끼리의 비밀이란 말인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났다. 나 자신의 순진함에 분노가 치밀었다. 너무나도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되돌릴 수가 없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을 이용하는 것 같아 치가 떨릴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참기로 했다.
앞서 말했듯이, 시간이 꽤 흘렀다. 많은 일이 있었고, 정말 화가 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너무나 기쁜 일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엄마!”
“야, 아빠는 안 보고 싶었냐?”
“흥.”
“혁아! 잘 있었니? 어이구! 내 새끼들!”
부모님께서 원정을 마치시고 집에 돌아온 일이다.
*
여느 가정집에서 입을 법한 평상복을 입은 채, 소파에 앉은 어머니가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담았다. 아버지는 그 옆에서 평소처럼 빠르게 커피를 다 마시고는 입안을 깔짝거렸다. 원래라면 넓게 느껴질 거실이, 많은 사람이 있다 보니, 더욱 좁게 느껴졌다. 나랑 로타, 혁이, 에이미, 연은 마룻바닥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계셨고, 소파 너머로 태연누나와 아저씨가 서 있었다. 부모님이 오랜만에 오셔서, 나와 혁이는 재빠르게 커피를 타드렸다. 그 뒤로는 집 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특히 에이미와 연은 제각각 다른 표정을 지은 채,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때, 어머니가 가볍게 침묵을 깼다.
“그래, 그동안 별일 없었고?”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로 대답했다.
“그렇지, 뭐.”
“로타는? 어머님께서는 별 탈 없으시고?”
“네, 아주머니.”
“그냥 어머님이라고 불러~ 둘이 무슨 사이인지 뻔히 아는데, 섭섭하다, 얘.”
그 말에 나는 로타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로타 역시 그랬는지, 자연스레 우리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다 뭐가 부끄러웠는지, 로타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네, 어머님.”
“그래. 그럼 결혼식 날짜는 잡았고?”
아버지가 촐싹거리며,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네? 아, 저기, 그게.”
“아니, 여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들 놀라게.”
“그냥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맨날 나한테만 그래.”
어머니는 민망하다는 듯이 웃으시더니, 로타와 나에게 다정하게 얘기했다.
“그건 둘이서 천천히 결정하도록 해.”
“난 손주가 빨리 보고 싶다.”
“쫌!”
“크흠.”
아버지는 또 촐싹대다가 어머니한테 혼날 뻔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아가씨들은 혁이 친구라고?”
이번에는 아버지가 질문했다.
“네, 넵! 로렌스가의 차녀! 에이미 홈즈 로렌스라고 합니다!”
“진가의 장녀, 진 연이라고 합니다.”
“아~ 아~ 로렌스가 하고 진가 쪽 사람이구나.”
“네. 송혁 군에게는 많은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또, 구원자이신 두 분을 만나 뵙게 되어 무엇보다도 영광스럽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연이 대표로 인사를 드렸다. 선수를 뺏겨서 그런지, 에이미가 약간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는 그에 개의치 않으시고 크게 웃어 보이셨다.
“무슨 영광까지야~ 전장에서도 항상 두 가문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우리 쪽이야말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영, 영광이에요!”
에이미가 활짝 핀 얼굴로 대답했다. 거기에 나는 농담을 끼워 화제를 바꿨다.
“웬일로 아빠가 누구 여자친구가 아니냐고 안 물어보네?”
“응?”
내가 한 농담에 옆에서 혁이가 째려보는데, 얼굴이 따갑다.
“아~ 뭐, 혁이하고 친하니까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 그런데.”
아버지는 한 박자 쉬시고 고개를 저었다.
“혁이가 여자친구를 사귈 것 같지는 않거든. 그러면 그냥 친구겠지.”
역시 부모다. 어떻게 저렇게 잘 알까?
“또, 또, 또. 또 막내를 이렇게 놀려요. 그러니깐 당신이 혁이한테 미움을 받는 거예요. 민이 너도, 동생 놀리지 말라고 그랬지?”
나는 짓궂은 미소를 띠며 아닌 척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농담은 여자한테 실례야. 에이미, 연, 내가 대신 사과할게. 나쁜 뜻은 없었을 거야.”
그러자 에이미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민이 오빠하고는 친하니까, 저희한테 저렇게 장난치시는 거예요.”
“네. 여기 온 지 꽤 시간이 흘렀거든요. 민 씨도 분위기를 풀어주려 그리한 거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머나~ 어떻게 이렇게들 말을 곱게 할까?”
“감, 감사합니다!”
에이미가 대표로 감사 인사를 했다. 칭찬을 받아서인지, 둘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특히 에이미는 표정이 아예 풀어져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내버려 둔 채로, 나는 그대로 핵심을 파고들었다.
“엄마랑 아빠는 이번에 괜찮았어? 칼리고스 마왕과 지드 마왕을 상대한 거잖아.”
“응. 이번에는 저번처럼 무리하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마.”
‘……역시.’
저번과는 사뭇 다른 말이다. ‘전혀 문제없었어.’ 같은 말을 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아저씨와 이미 뭔가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혁이도 수고했어.”
“…응.”
100%다. 혁이의 일도 알고 있으니, 이건 빼도 박도 못 한다. 나는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그는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곁눈질로 흘겼다. 내심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되는데, 저 인간, 매우 짜증이 난다. 태연누나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차분했다. 장난기가 전혀 없는 게,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아마 지난 일 때문에 본인이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 누나는 전혀 관여되지도 않은 일인데도 말이다.
“크흠.”
태연누나가 기침하자, 주위의 이목이 누나 쪽으로 집중됐다.
“안녕하세요. 이곳에 있는 여러분께서 이미 저희라는 존재에 대해 알고 있을 터이니, 자기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래,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할 필요는 없겠지.”
“선배!”
태연누나가 아저씨를 노려보았다. 평상시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텐데, 누나도 역시 화가 많이 났나 보다. 반면, 아저씨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진행 시켰다.
“지난번 제1, 제2의 마왕인 하를티 마왕과 애샤갈 마왕을 토벌한 이후, 연이어 제3, 제4의 마왕인 칼리고스 마왕과 지드 마왕의 토벌에 성공했다. 당연히, 여기 계시는 두 구원자분께서 큰 활약을 펼친 덕분이지.”
아저씨는 자신의 앞에 홀로그램 모니터를 띄운 뒤, 우리에게 퍼뜨렸다.
“이제 남은 마왕은 한 명, 아이리스 마왕뿐이지.”
아이리스라는 말이 나오자, 로타가 내 손위에 그녀의 한 손을 얹었다. 고개를 숙인 채로 말이다.
“이대로면 아이리스 마왕을 토벌하는 것도 시간문제겠지만.”
아저씨가 잠시 뜸을 들였다.
“문제가 발생했다.”
““?””
“아이리스 마왕이, 선수를 쳐서 먼저 공격을 할 것이다, 라는 정보를 얻었다.”
““?!””
“어찌 된 영문인지, 녀석들에게 이곳을 발각당했거든. 개인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라 발큘랄틸 가문에서 정보를 흘린 것 같더군. 연합을 배신했다고 봐야겠지.”
“네?”
로타가 크게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로타의 성이자, 로타네 아버지의 가문이다. 나는 내 손 위에 얹어진 로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정확한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문이 아이리스 마왕과는 접점이 전혀 없지는 않더군.”
“용사, 아이리스 플랑베 드 라 발큘랄틸.”
혁이 녀석이 묵묵하게 읊었다.
“그래. 잘 알고 있군. 거의 200년 전에 라 발큘랄틸가에서 배출한 영웅이지. 분명, 우리 쪽에서 강제 소환된 ‘구원자’와 함께 마신을 봉인한 인물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번 세대의 마왕이 되어 있더군.”
“그럴 리가…. 분명 라 발큘랄틸가는 그 오명을 씻기 위해 이번에도 연합에 들어선 건데….”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로타 양.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들은 거니, 확실하다.”
“어째서, 어째서….”
나는 울먹이는 로타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잠깐만, 어째서 여기가 발각된 거지?”
아버지의 목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질문이 들렸다.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서…, 이곳의 위치는 연합에도 말해주지 않았잖아? 더욱이 그건 박승혁, 당신의 제안으로 그렇게 한 거고. 그런데 발각을 당했다고?”
“그래. 이 집의 정확한 위치까지 알고 있더군.”
“그게 무슨 소리죠?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그리고, 어째서 당신이 이렇게나 자세하게 알고 있죠?”
어머니도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세한 정보야 내가 직접 도청해서 따온 거다. 이 점은 문제없겠지?”
“흠….”
“그럼 이곳이 발각된 건 말인데…. 이건 나도 정확하게 모른다.”
“뭐?!”
아버지가 벌떡 일어서서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그들이 여기를 알아내게 된 건지는, 아이리스 마왕을 쓰러트리면 알게 되겠지.”
“그럼, 그들은 대략 언제쯤 도착하는 거죠?”
어머니는 침착하게 요점을 집었다.
“후배, 네가 나설 차례다.”
“하…. 마족들이 진을 친 곳부터 이곳까지는 대략 2000km 정도. 마력 탐지에 걸리지 않으려면, 우선 초 장거리 텔레포트나 포탈을 열 수는 없겠죠. 그렇다면 마력의 방출을 최대한으로 숨기는 보구를 사용한 채, 비행 마법으로 날아오는 게 가장 빠를 테니, 시간을 촉박하게 잡아도 3일 정도겠죠.”
“하, 어이없네. 그러면, 연합에는 이 사실을 알렸나?”
“아니, 이제 알리러 가려는 참이지.”
아저씨의 성의 없는 대답에 아버지의 표정이 험해졌다는 걸 곁눈질로 알 수 있었다.
“그럼 우선은 당장 마을 사람부터 피난시키죠. 민아, 혁아, 너희들도 도와주렴.”
“아니, 저 둘은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
““???””
긴박해진 상황 속에서 아저씨가 제지했다. 그것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저 둘은 다른 차원으로 옮겨서, 거기서 훈련을 시킬 거다.”
“무슨?!”
“송권, 당신도 당신의 아내와 함께 내가 했던 말에 동의했을 텐데? 그러니 송혁 군이 그렉을 잡는 걸 허락한 거고.”
‘시발. 역시 그랬던 거야.’
“이곳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당신들로는 부족해. 그러니 싸울 수 있는 이들은 전부 나서야지. 그건 송민 군도 마찬가지다.”
“…….”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송민 군의 ‘신체 상태’로는 그게 불가능하지. 적에게 잡히면 폭탄을 쥐여주는 꼴이 돼버리니까 말이다.”
“……뭐?”
‘잠깐만, 지금 뭐라고….”
“음? 이미 눈치챈 줄 알았는데? 역시 둔감하군.”
“너, 뭐라고 했어?”
“네 부모도 이 사실을 안다고. 너의 동생 역시 알고 있지.”
“뭐?”
“내가 진즉에 말해줬지.”
“선배, 뭐라고요!?”
“어째서 송혁 군이 그토록 수련에 매진한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설마…….’
나는 혁이를 쳐다보았다. 녀석은 말없이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입술을 뗐다.
“미안해, 형. 나 역시 또 형 한 명을 잃을 수 없었어.”
“그리고 로타 양. 로타 양에게도 자네의 상태에 대해 말해줬지.”
“어?”
나는 이번에 로타를 바라보려 했다. 무엇 때문인지 고개가 잘 돌아가지 않지만 말이다.
“선배!!!”
“시끄럽다, 하 태연. 송민, 어째서 로타 양이 집을 자주 비웠겠나?”
‘아.’
[제발 로타를 위험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로타네 어머님께서 내게 소리 지르던 게 기억났다.
“민. 말하지 않아서, 속여서 미안해. 하지만…, 나도 이 이상 소중한 이를 잃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잠깐, 잠깐만.”
나는 어느새 일어서서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야, 박승혁.”
아니, 노려보았다.
“아주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지 그랬냐?”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서, 그것이 눈물의 형태를 띠었다. 화가 났다. 그것도 아주 많이, 격렬하게. 속이 뒤틀리는 감정이 이런 걸까? 아래턱이 덜덜 떨리고, 주먹을 쥔 손 역시 심하게 떨렸다.
“나한테 기회를 준다면서? 내 가족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기회를 다시 한번 내게 쥐여준다면서!!!”
“그런데 정작 자신은 지키지 못하겠지. 내 말이 틀렸나?”
박승혁은 아주 태연하게 내게 답했다. 표정을 보면 더 가관이다.
“선배!!!”
-짝!
태연누나가 박승혁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무엇을 말하려던 그때.
“그리고, 시간이 얼마 없다. 삐진 걸 받아주는 거라면 나중에 해주지.”
박승혁이 핑거 스냅을 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마룻바닥과 천장에 마법 진이 그려졌다. 그러자 아버지가 박승혁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너!!!”
“이게 무슨 짓….”
‘!?!?!’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아마 나뿐만이 아닌 듯하다.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 말해주지 않았었군. 난 내가 있던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초능력자, 사이퍼즈거든.”
‘젠장! 젠장!!!’
입술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게 뭐란 말이냐.
“잘 기억해 둬.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건, 송민, 오직 너뿐이라는 걸. 그리고.”
박승혁은 재수 없게 미소를 지었다.
“넌 언젠가 내게 감사 인사를 할 날이 올 거다. 송권, 혜수, 아들들에게 인사를 건넬 시간을 주지.”
박승혁은 다시 한번 핑거 스냅을 쳤다. 그러자 박승혁의 멱살을 쥐고 있던 아버지가 숨을 몰아쉬며 쓰러지려 했다.
“여보!”
“10초 남았다.”
겨우 아버지를 받아내어 부축한 어머니는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아들, 가서 기죽지 말고, 건강해야 해.”
그리고 서서히 울먹이셨다.
“절대로, 흑, 절대로 다치지 말고.”
‘엄마….’
“5초 남았다.”
“민아. 헉, 헉. 혁아. 헉.”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아버지는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쳐! 반드시! 절대로 목숨을 거는 일은 하지 마!”
‘아빠….’
“감동적이군. 그럼 다녀오도록.”
박승혁의 말과 함께 핑거 스냅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주위가 암전되고, 다시 순식간에 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용사가 될 수 있을까? @wcx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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