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사가 될 수 있을까?
@wcxie
第1話 이야기의 시작, 그 설명에 대해 – 01
나는 용사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시작, 그 설명에 대해 – 01
하늘은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다. 덕분에 햇빛이 사정없이 흙바닥에, 그 옆에서 졸졸 흐르는 냇가에 쏟아졌다.
“하…….”
하지만 좋은 날씨와는 다르게 한숨만 나왔다.
“엄마는 마법의 대가인 용사, 아빠는 초절정고수인 신선.”
손에 쥔 기다란 빗자루를 세우고선, 그 꼭짓점에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거기다 동생은 마법과 기공을 모두 최정상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터무니 없는 무적자(無敵者).”
여기까지 중얼거리다 보니, 다시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나만 아무런 힘이 없다니, 이건 너무 하잖아…….”
“민~!”
투정을 부리던 와중에,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동시에 상체만 살짝 틀어서 뒤를 봤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로타가 손에 소풍용 바구니를 든 채 내게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나의 앞에 도착하자, 숨을 잠시 고르다가 물었다.
“또 무슨 생각에 잠겼던 거야?”
“매일 똑같지. 왜 나에게만 힘이 없는 건가? 같은 생각.”
꼿꼿하게 세운 빗자루에 팔을 괴며,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이런 나의 투정에, 로타는 갈색의 웨이브 결이 있는 머리를 정리하며, 위로라도 해주는 듯이 웃었다.
“그래도 ‘성장 가능성은 있다!’, 라는 말을 들었었다며?”
로타의 말에 나는 입을 샐쭉거렸다.
“하지만 2년 넘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잖아?”
그리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아마 나는 안 될 거야…….”
자조 섞인 나의 말에 로타는 당황한 듯 손을 붕붕,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그,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은 무척이나 남자다워졌는걸! 아니! 예전에도 멋졌지만, 응! 지금은 더 멋져 보인다는 뜻이야!”
나는 나를 열심히 위로해주는 로타를 웃으며 쳐다보았다. 그러자 로타는 내 표정을 보고선, 고개를 숙여 몸을 배배 꼬았다. 이런 로타의 반응은 바라만 봐도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분이 좋아져서, 로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항상 고마워, 로타.”
“어, 어? 아니야.”
로타에게 감사 인사를 하자, 그녀는 고개를 들고선 배시시 웃었다. 그에 나는 콧바람을 들이쉬고선 외쳤다.
“아~ 오늘도 예쁜 여자친구 덕분에 기분이 좋은 하루인걸!”
이런 나의 외침에, 로타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그게 부끄러웠는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건 덤이다.
“아침부터 뜨겁네.”
““힉!””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동생 녀석이 우리 옆에 서 있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 덕분에 나와 로타는 놀라 쇳소리를 내버렸다. 동생은 그런 반응이 재밌었는지, ‘흥’이라는 콧소리를 내며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로 재수 없는 미소, 이른바 썩은 미소를 지었다.
“제발 사람답게 나타나 줬으면 좋겠다, 혁아.”
“흥.”
혁은 콧방귀를 뀌며 냇가 옆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요새는 어때? 즐거워?”
“몰라.”
나의 물음에 혁은 여느 때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래? 다행이네.”
평소와 같은 태도에 나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혁아! 먹을 걸 가져왔는데, 같이 먹지 않을래?”
로타도 웃으며 혁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혁은 고개만 돌리고선, 다시 한번 썩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다. 이에 로타는 멋쩍어져서 ‘아하하’,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혁이하고는 어떻게 하면 더 친해질 수 있을까?”
“내가 말했잖아. 정말 친하고 편해서 저러는 거라고. 분명 기숙학교에서는 저러지도 않을걸?”
“그럴까? 그래도, 걱정되잖아.”
걱정이 되었나 보다. 나는 한 손으로 로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걱정하지마. 그 까탈스러운 ‘공무원’들이 아무 말도 없으니, 별일 없겠지.”
‘사실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걱정된다.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이곳으로 전이되기 2년 전, 원래 다니던 중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한 건 아니겠지?’, 싶을 정도로 친구가 없었으니까. 괜히 녀석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아 깊이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녀석은 엄마랑 자주 대화를 나눴었고, 자주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엄마가 ‘문제없음’, 이라고 할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싶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들은 아직도 너를 찾아와?”
“어? 어. ‘공무원’들이야, 가끔 오더라고. 뭐, 아주 가끔.”
이런 나의 대답에 로타는 미간을 찡그리며 볼을 부풀렸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나는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에 설명을 곁들였다.
“그냥 별말 없어. 가끔가다 부모님 소식을 들려주는 정도니까.”
“아…….”
로타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그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너도 내가 걱정되니까 그런 거잖아.”
“그래도.”
“뭐, 나도 부모님이 걱정되긴 하지. 지금도 전장에 있다고 하니까. 요새는 진짜 얼굴을 보기도 힘들고. 그래도 ‘공무원’들이 사는 세계의 기준에서 S등급의 힘을 보유했다고 하니깐, 괜찮을 거야.”
“...응.”
전체적인 분위기가 침울해지는 것 같아, 나는 화제를 돌렸다.
“그것보다, 오늘은 또 무슨 맛있는 걸 해왔어?”
“응? 응. 특제 샌드위치야!”
로타는 바구니를 덮은 천을 살짝, 들춰 보였다. 그러자 틈 사이로 감미로운 향기가 나와 코끝을 간질였다.
“음~ 벌써 군침이 도는걸?”
로타에게 말을 건네며, 나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혁아~!”
“왜?”
이번에도 갑자기 나타났다. 대충 이럴 줄 알았기에 놀라지 않았다. 나는 뚱한 표정으로 혁이에게 투덜댔다.
“그냥 평범하게 오면 안 되냐?”
“흥.”
“자, 빗자루 좀 받아줘.”
내가 자연스레 빗자루를 주자, 혁이는 말없이 그것을 건네받았다. 나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물었다.
“점심은 먹었어?”
내 말에 혁이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래. 많이 배고팠겠다. 같이 점심이나 먹자. 그나저나 지금 사용한 건 뭐야?”
“몰라. 대충 순간이동이겠지. 아직도 마력을 쓰는 건지, 기공을 쓰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애매해.”
“뭐, 그러면 어때. 네가 무리 없이 사용하는 거면 괜찮은 거겠지. 자, 들어가자.”
우리는 여느 때처럼 서로 묻고 대답하기를 반복하며 집으로 걸었다. 다행히 기숙학교에서는 별일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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